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맹장이 터진다고?...극심한 복통 유발하는 맹장염(충수염)
TV, 드라마에서 어디서 본 것처럼 많이 나오는 장면이 있다. 갑작스러운 일에 뒷목 잡고 쓰러지는 엄격한 아버지, 충격에 의식을 잃는 여린 여주인공 그리고 중요한 일을 앞두고 갑자기 터지는 맹장으로 계획이 엉망이 되는 성실한 주인공.
흔히 ‘맹장이 터진다’라는 표현을 많이 사용하는데, 정확하게는 맹장 끝에 6~9cm로 조그맣게 달려있는 충수 돌기가 터지는 것입니다. 맹장염으로 부르지만 정확한 명칭은 ‘충수염’입니다.
입으로 음식이 들어오면 식도, 위, 소장, 대장, 항문 순으로 소화와 배설이 진행되는데, 그 중 소장에서 대장으로 이어지는 대장의 앞쪽 부분을 맹장이라고 하고 그 끝에 붙어있는 작은 주머니가 충수입니다. 딱딱한 변 덩어리나 이물질, 기생충, 장 또는 충수 주위 염증 등에 의해 충수가 막히면 급성 충수염이 발생합니다. 환자의 대부분은 복통을 느낍니다. 초기에는 윗배나 복부 전체에 모호한 통증이 느껴지다가 시간이 지나면서 오른쪽 아랫배에 통증이 심해지는 것이 특징입니다. 복통 외에도 구토나 식욕부진, 울렁거림, 발열 등의 증상이 동반되는 경우도 있습니다.
충수 돌기는 대개 오른쪽 하복부, 즉 배꼽과 오른쪽 골반 뼈가 튀어나온 사이에 위치합니다. 그래서 오른쪽 아랫배를 눌렀을 때 통증이 심해진다면 충수염(우리가 잘 알고 있는 맹장염)을 의심할 수 있으며, 병원에서 혈액검사나 신체검진, 복부초음파, CT 등을 통해 정확히 진단합니다. 인터넷 상에 떠도는 내용중 충수염이 발생하면 남자는 오른쪽 아랫배가 아프고, 여자는 왼쪽 아랫배가 아프다는 말이 있지만 사실이 아닙니다. 선천적으로 신체 구조가 바뀐 게 아니라면 남녀를 불문하고 충수는 오른쪽 아랫배에 위치합니다.
충수염이 진단되면 염증 정도에 따라 항생제와 배액관 삽입 등의 보존적 치료를 먼저 시행하는 경우도 있으나, 수술로 충수돌기를 제거하는 것이 가장 완전한 치료법입니다. 충수염은 우리나라에서 매년 10만명 이상이 수술을 받는 매우 흔한 질환입니다. 충수 돌기는 퇴화한 장기라 특별한 기능을 하지 않기 때문에 수술을 통해 제거해도 살아가는데 아무런 지장이 없습니다. 비교적 수술의 위험성이 낮고, 기능이 없는 장기를 제거하기 때문에 ‘맹장염은 별거 아닌 질환’으로 인식하는 사람들이 꽤 많습니다. 하지만 충수염을 제때 치료하지 않으면 염증이 진행되어 충수가 터지면서 복막염, 복강 내 농양, 장 폐쇄 등 여러 합병증을 유발할 수 있고 패혈증으로 진행되어 사망할 수 있습니다.
충수염은 별다른 예방법이 없다. 염증이 시작된 후 48~72시간 내에 대부분의 충수염이 천공(흔히 말하는 맹장이 터지는 것)되기 때문에, 의심증상이 나타나면 가급적 빨리 진료를 받고 적절한 치료를 받는 것이 가장 중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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